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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21 06:04
허블우주망원경, 30년의 대기록
 글쓴이 : 박지윤
조회 : 1  

NASA 제공

NASA 제공

2002년 5월 4일 촬영한 ‘고양이 눈 성운(NGC 6543)’, 2006년 3월 23일 촬영한 M81의 왜소은하 ‘홀름버그 IX’, 2009년 12월 22일 촬영한 왜소은하 ‘NGC 4214’…

1990년 4월 24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140만 장의 천체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천문학자들은 이 데이터로 1만7000편이 넘는 논문을 쏟아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허블우주망원경은 인류에게 우주의 현재를 보여준 눈이었으며, 우주의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기도 했다.

● 허블

“인간은 오감으로 자기 주변의 우주를 탐험한다. 우리는 이 모험을 과학이라 부른다.” -에드윈 허블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일하던 미국 윌슨산천문대(위). 허블은 이곳의 구경 2.5m 후커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일하던 미국 윌슨산천문대(위). 허블은 이곳의 구경 2.5m 후커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 30년 동안 우주에서 활약하며 인류 탐험의 역사를 상징하게 된 허블우주망원경. ‘허블’이라는 이름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딴 것이다. 수많은 천문학자 중에서도 허블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허블이 인류의 우주관을 뒤바꿔버릴 만큼 큰 업적을 세웠고, 이를 기리기 위해서다.


허블이 활동하던 1920년대 천문학계는 우주가 정지된 상태라고 생각했다. 외부은하의 개념도 없었다. 이 때문에 현대에 대표적인 외부은하로 알려진 안드로메다를 당시에는 성운이라고 여겼다.


192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슨산천문대에서 일하던 허블은 구경 2.5m 후커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를 관측하던 도중 세페이드 변광성(시간의 흐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을 발견했다. 허블은 변광성을 바탕으로 거리를 측정했고, 약 90만 광년 떨어져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훗날 250만 광년으로 밝혀졌다). 이는 우리은하의 크기와 비교했을 때 너무 먼 거리였다. 이 사실은 곧 안드로메다가 성운이 아닌 외부은하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외부은하의 존재를 밝히며 허블은 일약 천문학계의 스타가 됐다. 그러나 허블의 연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외부은하의 존재를 밝히고 10년도 지나지 않은 1929년, 허블은 은하가 일정한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


은하의 분광을 연구하던 허블은 은하 스펙트럼에서 적색이동을 분석했다. 허블은 실제로 은하가 스스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팽창하고 있어서 은하가 달아나는 것처럼 관측되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적색이동이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우주는 팽창하며, 멀리 있을수록 더 빨리 팽창한다는 ‘팽창 우주론’을 주장했다.


허블의 발견은 이후 천문학자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과학자의 연구에 도움을 줬다. 이런 허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우주망원경에는 허블의 이름이 붙였다. 1990년 4월 24일 우주로 떠난 허블우주망원경은 30년간 140만 건이 넘는 관측 활동을 했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관측 데이터로 1만70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 허블 울트라 딥 필드

허블우주망원경이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1월 16일까지 찍은 사진을 합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이미지다. 약 1만 개의 은하가 찍혔다. NA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이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1월 16일까지 찍은 사진을 합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이미지다. 약 1만 개의 은하가 찍혔다. NA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에 간 이후 이를 이용해 인류는 더 먼 우주를 이미지로 볼 수 있게 됐다. ‘허블 딥 필드’ ‘허블 울트라 딥 필드’ 그리고 ‘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천체의 사진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성운, 초신성, 은하 등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지구로 전송하면, 천문학자들은 여기에 색을 입히는 보정 과정을 거친다. 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에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색 정보를 추가로 입히는 것이다.


1995년 12월 18일부터 28일까지 10일 동안 천문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이 텅 비어있는 하늘 한 곳만 쳐다보도록 했다. 75피트(약 22.86m) 거리에서 봤을 때 10센트 동전(약 18mm) 정도 되는, 우주에서는 한 점에 지나지 않는 극도로 작은 영역이었다.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이렇게 긴 노출이 과연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결과로 얻은 이미지는 놀라웠다. 허블우주망원경에 달린 카메라(WFPC2)가 10일 간 연속으로 촬영한 342컷의 이미지를 한 데 담은 사진 한 장에는 저마다 진화 단계가 다른, 최소 1500개의 은하가 나타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허블 딥 필드’로 불리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본 따 ‘우주에서는 하나의 작은 영역이지만, 우주의 과거를 위한 위대한 도약(One peek into a small part of the sky, one giant leap back in time)’이라고 평가했다.


2003년 9월 24일부터 2004년 1월 16일까지 허블우주망원경은 화로자리(Fornax)로 카메라를 돌려 은하가 활발히 생성되거나 은하끼리 합쳐지는 초기 우주(빅뱅 이후 4억~8억 년)를 촬영해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사진에는 약 1만 개의 은하가 담겨있다. 이 영역은 우주 전체 면적의 1300만 분의 1에 불과해 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좁은 열쇠 구멍 안을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은 지구를 400회 공전하면서 800회 영상을 촬영했다.

● 빅뱅 Big bang

빅뱅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왼쪽). 2016년 국제 공동연구팀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은하 GN-z11은 초기 우주인 빅뱅 후 4억 년 뒤에 생긴 은하다. NASA 제공

빅뱅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을 그린 그림(왼쪽). 2016년 국제 공동연구팀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은하 GN-z11은 초기 우주인 빅뱅 후 4억 년 뒤에 생긴 은하다. NA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이 지난 30년 동안 더 깊숙한 우주를 관측한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허블우주망원경이 축적한 자료는 우리 우주의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간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에서 희귀한 천체를 찾거나, 초기 우주에 생성된 은하를 포착했다. 이런 결과는 에드윈 허블의 팽창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팽창 우주론은 우주가 약 138억 년 전 대폭발, 즉 빅뱅(Big Bang)을 일으켰고 이후 지금까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태초에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여 있다가 그 점에서 계속 팽창해 지금의 우주가 됐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98년 아담 리스 당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거대 별이 죽을 때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 현상을 관찰했다. 이후 우리 은하에서 멀리 있는 초신성이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팽창 우주론의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doi: 10.1086/300499


2016년에는 미국 예일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빅뱅 후 불과 4억 년안에 생긴 은하를 관측했다. 큰곰자리방향에 있는 134억 년 된 GN-z11로, 이 또한 우주 팽창의 증거가 되는 은하다. doi: 10.3847/0004-637X/819/2/129

● 블랙홀 Black hole

은하 중심에서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퀘이사를 나타낸 상상도. NASA 제공

은하 중심에서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과 퀘이사를 나타낸 상상도. NASA 제공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은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다. 이후 과거로 신호를 보내고, 다시 블랙홀을 빠져나오는 장면은 지금도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블랙홀은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흥미로운 소재다.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고, 영화와는 달리 한번 빠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무시무시함(?)이 신비로운 매력을 더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블랙홀은 부피는 0이지만 엄청난 질량이 한 곳에 모여 무시무시한 중력을 가진 죽은 별이다. 중력이 매우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 심지어 빛조차 빨아들여 블랙홀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블랙홀에는 물질과 빛이 안으로만 들어가며 밖으로 탈출할 수는 없는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 있다.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일어난 정보는 외부에 전달될 수 없다.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이론적인 가능성만 제기되던 1992년 허블우주망원경은 강력한 거대 블랙홀 후보로 거론되던 은하 M87의 중심부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M87에서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가스 원반이 발견됐는데, 가스 원반은 초속 750km로 회전하고 있었다. 또 원반중심에 태양의 20억~30억 배에 이르는 큰 질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홀의 존재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1998년에는 M87에서 나온 제트를 촬영했다. 이 제트는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물질이다.


2017년에는 두 블랙홀이 합쳐지며 생긴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에서 튕겨 나오는 현상을 허블우주망원경과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이 함께 관측하기도 했다.


또 2019년에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천문 역사상 가장 밝은 퀘이사(Quasar)도 발견했다. 퀘이사는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에너지에 의해 형성되는 거대한 발광체로, 그 중심에 무거운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다. 발견된 퀘이사의 정식 명칭은 ‘J043947.08+163415.7’이다. 밝기는 태양의 600조 배다.

● 법칙 Law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처녀자리 은하단(오른쪽). 이를 통해 허블상수 값의 오차범위가 10%로 줄었다. NA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처녀자리 은하단(오른쪽). 이를 통해 허블상수 값의 오차범위가 10%로 줄었다. NASA 제공

우주의 나이와 크기를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허블상수다.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정확하게 측정된 허블상수 값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허블상수는 우주의 팽창속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그 역수는 우주의 나이에 비례한다. 그래서 허블상수를 정확히 알면 우주의 나이도 정확히 알 수 있다.


에드윈 허블은 은하의 분광을 연구하며 은하의 스펙트럼에서 적색이동 현상을 분석했다.


허블은 은하들이 우리 은하에서 점점 멀어지고, 더 먼 은하일수록 적색이동이 심하다는 데 착안해 가까운 은하 몇 개를 빼고 모든 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멀어지고 있고, 은하가 멀어지는 속도(V)와 그 은하까지의 거리(r)는 ‘V=Hr’이라는 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했다. 여기서 비례상수(H)가 허블상수다.


2018년 10월 국제천문연맹(IAU)은 조르주 르메트르가 에드윈 허블보다 앞선 시기에 우주팽창에 대한 수학적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을 인정해 허블의 법칙을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부르기로 정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업적 중 하나는 허블상수를 정확하게 구했다는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 발사 전 허블상수 값의 오차범위는 무려 50%였다. 우주의 나이가 100억 년이 될 수도, 혹은 200억 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처녀자리 은하단을 관측한 결과를 토대로 천문학자들은 구한 허블상수 값의 오차범위를 10%로 대폭 줄였다. 이 자료로 계산한 우주의 나이는 80억~120억 년이었다.


허블상수는 지금도 더 정확한 값이 등장할 때마다 바뀌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정확한 허블상수를 구하기 위해 여전히 연구 중이다. 2020년 4월 기준, 가장 최근에 측정된 값은 2019년 3월 아람 리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발표한 값이다. 기존에 우주에서 추정한 값인 67.4km/s·Mpc(메가파섹·1Mpc은 천문학적 거리 단위로 약 326만 광년)보다 약 9% 높은 측정값으로 약 74.03km/s·Mpc이다.


● 오류

허블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이미지는 초점이 맞지 않아 논란이 됐다(오른쪽 위). NASA는 총 다섯 차례 우주왕복선을 띄워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했다. 오른쪽 아래는 수리한 후 같은 구역을 촬영한 사진이다. NASA/ESA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이미지는 초점이 맞지 않아 논란이 됐다(오른쪽 위). NASA는 총 다섯 차례 우주왕복선을 띄워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했다. 오른쪽 아래는 수리한 후 같은 구역을 촬영한 사진이다. NASA/ESA 제공

인류 역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에게 고난과 역경은 필수 코스인 걸까. 수십 년간 우주 탐사의 아이콘으로 불린 허블우주망원경도 지금까지 몇 차례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1990년 4월 24일,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품은 허블우주망원경이 마침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목표궤도에 진입했다. 곧 허블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영상이 지상에 전송됐는데, 환상적인 천체 이미지가 아닌 뿌옇고 흐릿한 이미지였다.


우주망원경은 지상망원경과 달리 애초에 지구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 선명한 사진을 찍기 위해 설계된 장비다. 그런데 지상망원경의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망원경의 거울(렌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사 약 두 달 뒤인 6월 21일,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의 기술적 오류를 시인했다. 조사 결과 지름 2.4m인 주 거울 가장자리가 2.2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편평하게 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작 머리카락 두께의 50분의 1 정도로 미세한 결함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오류를 잡는 데 3년이 걸렸다.


우주 공간에서 거울을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망원경을 지구로 다시 가져와 수리하는 것도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그래서 망원경의 결함과 정확히 같은 값을 갖는 오차를 역으로 일으켜 구면수차를 바로잡는 새로운 광학 부품을 제작해 망원경에 추가하기로 했다. 구면수차는 렌즈의 바깥 부분에서 더 강하게 굴절이 일어날 때 발생한다.


그렇게 1993년 12월 2일,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는 허블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인 7명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다. 이후에도 NASA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으로 허블우주망원경을 보수하며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주왕복선만 1993년, 1997년, 1999년, 2002년, 2009년 등 다섯 차례 보냈고, 여기에 투입된 우주인만 30명이 넘는다. 우주인이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당초 15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던 허블우주망원경은 극심한 온도 변화와 강력한 우주선이 쏟아지는 우주 공간에서 30년째 활동하고 있다.


긴 임무를 마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퇴역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허블우주망원경과 함께 대형우주망원경 4기 중 하나로 활동하던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올해 1월 30일 16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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