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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05 04:14
국내 연구진, 간암세포 굶겨 죽이는 방법 찾았다
 글쓴이 : 고나예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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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좀 안의 아르지닌 감지를 제어하는 기술 개발TM4SF5의 아르지닌 감지 및 저해제에 의한 아르지닌 감지 제어 과정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이는 방법이 제시됐다. 간암 세포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아미노산의 이동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포 대사 분야의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5일 게재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이정원 서울대 교수, 최선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이 간암 세포 증식과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미노산의 하나인 '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 능력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간암 세포는 아르지닌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해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이에 아르지닌 분해 효소를 처리해 간암 세포가 아르지닌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치료 시도가 있었지만 내성이 동반되는 한계에 부딪혔다.

연구팀은 아르지닌을 분해하기보다 단백질 합성에 활용되지 않도록 세포질로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기로 했다. 생리적 농도 수준의 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시키는 요인이 'TM4SF5'라는 막단백질인 만큼 그 저해제를 이용했다.

간암 세포가 자식작용을 통해 생체물질을 분해하고 나면 세포소기관인 '리소좀' 안에 아르지닌이 생긴다. 리소좀 안의 아르지닌 농도가 높을 때 'TM4SF5'가 이를 감지해 세포막에서 리소좀막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리소좀 안 아르지닌과 결합해 아르지닌 운송자에게 전달해 세포질로 이동하도록 한다. 이때 'TM4SF5'와 함께 리소좀막으로 이동한 신호전달인자와 단백질 합성에 중요한 하위인자의 활성화가 일어나고 세포질로 이동된 아르지닌은 간암 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활용된다.

연구팀은 그동안 개발해 온 'TM4SF5' 억제 화합물을 이용하면 'TM4SF5'와 아르지닌의 결합을 억제하고 단백질 합성 신호전달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지 못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서 'TM4SF5'라는 막단백질에 대해 17년 이상 연구해온 것이 이번 성과의 바탕이 됐다. 특히 세포 내 아미노산의 센서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사바티니 박사 연구팀이 독주해왔지만 이번 연구는 한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원 교수는 "그동안 정확하게 밝혀지지 못했던, 리소좀 내부의 아르지닌 감지 센서를 생리적 수준에서 확인했다"며 "아르지닌의 이동성을 제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간암 세포를 굶겨 죽이는 기전과 단서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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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이오갑 지음/한동네인간이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사람이 아니라 돈이 주인된 세상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새 책 ‘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는 그 답을 종교개혁자 칼뱅에서 찾는다. 게티이미지

최근 불거진 장관 후보자들과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2019년 한국경제의 그늘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건물주라는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은 시대에, 고위 공직자들 역시 부동산을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으니 말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조물주 위에 건물주'를 꿈꾸는 세상, "내 돈 내 마음대로 쓰는데 누가 뭐라 그래" 갑질하며 돈을 써도 쉽사리 제어할 수 없는 세상,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폭주하는 21세기 자본주의에 누가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이오갑 KC대 교수의 책 ‘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한동네)는 그 가능성을 종교개혁자 장 칼뱅(1509~1564)으로부터 찾는다. 그 여정을 칼뱅이 살았던 제네바의 역사와 사회·경제 상황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어 칼뱅의 각종 저작과 문서들을 통해 신학이 아니라 칼뱅의 경제사상을 분야별로 정리해 보여준다.

칼뱅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한 고찰은 책 후반부에 본격 다뤄진다. 사실 칼뱅은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 살았던, 경제학자도 아닌 신학자였다. 하지만 100년 넘게 많은 학자가 칼뱅의 사상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시발점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에서 칼뱅의 예정론과 종교개혁의 유산이 자본주의 정신으로 발현됐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베버는 칼뱅주의가 경제 분야에 있어 노동에 대한 의무감과 직업에 대한 소명감, 합리적인 이윤 추구 등으로 표출됐고, 이것이 곧 서구 자본주의의 발전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를 놓고 반박과 재반박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 교수는 ‘칼뱅과 자본주의 논쟁’의 역사를 110여쪽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다. 베버처럼 칼뱅을 ‘자본주의 정신의 아버지’로 보는 시각부터 칼뱅의 공동체 정신에서 사회주의의 단서를 찾는 시각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를 살펴본 뒤 칼뱅 신학에 베버 식의 자본주의 정신은 없었다고 결론 내린다. 대신 칼뱅의 경제사상과 실천의 내용을 통해 자본주의와의 관련성을 논증한다. 자본주의적 칼뱅과 사회주의적 칼뱅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이 대립과 긴장을 이루며 균형을 갖춰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칼뱅이 부자들의 탐욕, 사용자들의 횡포와 임금착취 등에 강한 분노를 표출했을 뿐 아니라 1559년 제네바의 인쇄 직인조합 쟁의 당시 조정에 나서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는 이웃사랑에 기반한 칼뱅의 경제사상과 실천에서 21세기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는 데 적용 가능한 단서를 찾자고 말한다. “칼뱅은 경제를 근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형제애가 넘치는 공동체를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 공동체는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돕고 지원함으로써 존경을 받고, 가난한 자들도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됨으로써 평화와 일치가 이뤄지는 사회였다. 그는 그런 사회가 제네바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믿었고, 그를 위해 제네바 경제에 참여해서 그것이 보다 인간적이고 형제애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게 했다.”(574쪽) 칼뱅은 이런 생각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 약자들, 망명자들과 부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칼뱅이 제네바에서 했던 일은 오늘날의 교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교회를 향한 당부를 잊지 않는다. 특히 칼뱅이 당시의 경제문제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천에 나섰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현대 교회들이 현실 경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칼뱅이 그랬듯이 “경제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일치를 바라는 신의 뜻이 이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경제를 비롯한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용의주도하게 연구하고 발언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칼뱅이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이라는 얘기다.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은 평생 칼뱅을 연구해온 저자가 한국연구재단 인문학 저술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3년간 집필한 노작이다. 저자가 1990년대 박사학위과정을 위해 머물렀던 프랑스 몽펠리에를 찾아가 신학대, 문과대, 법경대 도서관을 드나들며 학제 간 연구를 더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논지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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