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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09 03:36
"길을 걷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갑자기...." 미친 짓이다. 바깥에서는 늘 미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글쓴이 : 남사민성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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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녘,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며 들어왔다. 휘청거렸으나 제 발로 걷고 있었다. 스스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처음에 그는 그리 죽음과 가까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가 걷는 모습을 보았다. 정확히 세 발자국을 걸었을 때, 그의 포갠 주먹 틈을 비집고 핏줄기가 튀어나갔다. "지금 저거 뭐야."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회칼입니다. 회칼에 맞았어요. 상처에서 공기가 빠져나와요."

이미 응급실은 두개골이 산산조각 난 사람과 두 시간 전에 이미 식칼을 맞아 복부가 뚫린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나는 이딴 쓰레기 병원에서 치료를 못 받겠다며 증오 섞인 욕을 하는 청년의 두 동강 난 종아리 아랫부분을 들어 맞추고 있었다. '아, 오늘은 기적적으로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아무도 안 죽나 했는데. 버티지 못하는구나.' 나는 덜렁거리는 종아리를 당겨 바닥에 놓고 그에게 달려갔다. "중환 구역으로." 의료진은 달려가 그를 부축해 중환구역의 자동문안으로 이끌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제 발로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사람들과 그를 붙들어 뒤집고 침대에 던지듯이 눕혔다. "숨이 차요. 숨이 차. 숨이 안 쉬어져요. 숨이 찹니다. 숨을 쉬게 해주세요." 그는 호흡곤란으로 눕지 못하고 허리로 버티며 직각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그의 포개진 두 주먹을 거칠게 잡아 허공으로 던졌다.

누군가 가위로 그의 티셔츠를 허리부터 목까지 단숨에 잘랐다. 피칠갑 아래 선명한 상처 두 개가 보였다. 그중 한 개는 오른쪽 사선으로 길게 나 있었고, 왼쪽에 단호한 구멍도 하나 있었다. 내 눈에는 가해자의 손에 든 회칼이 왼쪽 흉강을 뚫고 뽑힌 다음, 다시 그의 가슴뼈에 닿고 미끄러져 갈비뼈 사이를 만나 그의 오른쪽 흉강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나는 날아온 장갑을 급하게 끼고 그의 흉부를 거칠게 닦았다. 그가 흘린 피가 가슴팍에 죽 발라졌다. "숨이 숨이. 숨이." 그가 바들거리며 숨을 들이쉬자 갈비뼈 사이의 빨간 구멍 두 개에서 피치 높은 소리가 나며 공기가 빠져나갔다. 무조건 관통상이었다. 심지어 양쪽 폐였다.

나는 긴 상처에 거칠게 손을 넣었다. 칼을 맞아 부러져 우둑거리는 갈비뼈와 그 사이에 찢긴 근육과 인대, 피를 머금어 기분 나쁘게 따끈한 흉강이 손끝에 느껴졌다. '젠장. 칼이 심장이나 혈관을 뚫었다면 이 사람은 지금부터 5분 안에 죽는다. 심장이 멎으면 나는 톱으로 갈비뼈를 썰고 바람 빠진 폐를 치워 구멍을 찾아 심장을 손으로 막아야 한다. 마음속으로라도 준비해두자. 다행히 심장을 건드리지 않고 폐만 찢었다면 수술방까지 버틸 수도 있다. 그래도 양쪽 폐가 터져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환자다. 조치가 늦으면 죽는다. 실수하거나 지체하거나 방심하면 죽는다. 안 그래도 죽을 수 있다. 이런. 젠장. 아.' 나는 소리쳤다. "이거 누가 왜 찔렀답니까." 같이 온 사람이 말했다. "길을 걷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갑자기...." 미친 짓이다. 바깥에서는 늘 미친 일이 일어나고 있다.

2.
나는 상처에 넣은 손을 빼지 않은 채 반대쪽 손으로 다른 구멍에 손을 넣었다. 반대편 상황도 비슷했다. 나는 두 손을 그의 몸 안에 더 깊이 욱여넣고 소리 질렀다. "이거 당장 막습니다. 나일론 2번입니다. 오투 리저브 마스크로 풀로 틀고, 체스트 튜브, 캐스, 폴리, 슈처, 라인, 엑스레이, 피, 웜셀라인, 인투베이션 동시에 준비합니다. 흉부외과에도 지금 전화. 빨리." 의료진은 분주해졌다. 그는 손이 자유롭게 되자 버둥거리면서 발작적으로 허리를 안쪽으로 접었다가 폈다. 양쪽 폐가 뚫린 사람의 전형적인 자세이자 표현이었다. "숨이. 숨이 안 쉬어져. 숨이." 흉강을 틀어막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피가 베어져 나왔다. 어차피 폐가 터진 풍선처럼 구겨져, 상처를 막고 있는 일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틀어막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이제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손으로 목줄기를 잡고 전신을 떨며 있는 힘을 다해 숨을 들이쉬다가, 한 손을 떼서 상처를 막고 있는 나를 마구 끌어안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나는 고개만을 돌려 바라보았다. 그의 세 번째 손가락이 반 이상 잘려 피가 박자에 맞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칼을 막았구나. 한 번 칼을 막고 재차 찔렸구나.' 그 벌건 자리에서 인대와 신경과 하얀 뼈가 드러나 보였다. "아파. 아파... 아파." 그가 외칠 때마다 피와 공기가 흉강 바깥으로 튀었고, 그는 그 손으로 더 힘껏 나를 끌어안았다. "환자분. 들으세요. 환자분. 저 안아도 돼요. 괜찮아요. 저한테 그래도 돼요. 버틸 수 있는 거라면 다 하세요. 저를 안아요." 그의 손아귀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옷가지가 어지럽게 피로 물들어갔다. "준비 다 되면 이 손가락도 소독 좀 부탁해요."

도구는 사정없이 날아왔다. 환자는 눈을 부릅뜬 채 버둥거렸지만 맥과 혈압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었다. '확실히 심장은 안 뚫었다. 이제 시간 싸움이다. 상처를 빨리 막자.' 바느질 도구가 날아오자 나는 박힌 손가락을 뽑았다. 공기와 핏방울이 퍽 하고 터져나갔다. 나는 거칠게 소독약을 상처에 문지른 뒤 국소 마취제를 뽑아 단면에 찌르곤 둥글고 큰 바늘을 상처 옆에 넣었다. 바늘 끝은 상처를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나는 피칠갑한 손으로 그 끝을 뽑아 들고 실을 여미듯 묶었다. 급하게 몇 번 반복하자 상처가 하나 막혔다. 반대편 구멍에서는 호흡에 맞게 피공기가 주기적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다른 실을 집어 그 구멍도 막았다. 두 상처는 전부 봉합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결정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폐와 흉벽 사이에는 이미 공기가 차 있었고, 환자의 기도를 통해 새로운 공기는 계속 흉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이 공기는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폐 바깥으로 나와 갈비뼈 사이를 비집고 조직을 몽땅 들어버릴 것이었다. 그러면 상처 주변부터 이 남자의 흉부는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고, 생살이 들리는 통증도 같이 올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외부로 통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바삐 생각을 끝나고 나는 다시 국소 마취제를 뽑았다. 환자는 이제 진땀을 미끌거리도록 흘리며 온 복부까지 다 뒤흔들고 있었다. 우주에서 호흡하는 것처럼 아무리 숨을 쉬어도 공기가 전혀 안 들어갈 것이다. 마음이 급해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주사기를 그의 왼쪽 아래 갈비뼈 사이에 푹 쑤셔 거칠게 쏘고, 칼을 들어 그 자리를 북 찢었다. 피공기가 터져 나왔다. "아아, 아아아 아파. 아파." 그는 바람 빠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충분히 마취할 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큰 겸자에 흉관을 집어 쑤셔 넣었다. 선지피가 뭉텅 쏟아졌다. 체스트 보틀을 걸자 피와 바람이 부글부글 쏟아졌다. 극심한 호흡곤란에 과다출혈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폐가 펴져도 출혈 때문에 죽을 확률이 높았다. 예견된 결과였다. 나는 돌아가 반대편을 마저 찢었다. 그는 또다시 비명을 질렀고, 반대쪽 못지않은 양의 피가 쏟아졌다.

이번에는 수혈용 중심정맥관이 날아왔다. 나는 피 묻은 그의 쇄골 아래를 갈색 소독약으로 쓱 훔치고 카테터를 꽂았다. 그는 재차 신음하며 손가락으로 내게 피를 뿌렸다. 손가락이 그 사이에 더 벌어진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누가 바가지로 물을 부은 것처럼 땀으로 번들거렸고, 호흡은 너무 불안정해서 금방이라도 뚝 하고 멈출 듯했다. 전신마취를 걸고 기계호흡을 시작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 같았다. "에토미데이트 정주, 환자 재우고 삽관 준비." 그는 나를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마스크를 그의 얼굴에 대고 사정없이 공기를 짰다. 저 멀리서 간호사가 마취제를 주사기에 재고 있었다.

'저 마취제를 맞으면 그의 의식이 사라진다. 그는 이제 무의식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또 그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나는 그를 안은 채 그가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 순간은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길 순간일 수 있었다. 그의 청각, 시각, 모든 감각의 마지막 기록을 남길 권리가 내게 주어진 셈이었다. 이딴, 도망쳐버리고 싶은 권리. 나는 급하게 버둥거리는 환자에게 말했다. 정돈된 말은 아니었다.

"말 못 하는 거 알아요. 그러니 들어요. 지금 마지막 순간일 수 있어요. 못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도 자야 돼요. 안 자면 죽거든요. 그러니까 자요. 일어날 수 있게 할게요. 나를 봐요. 내가 일어나게 할 사람이에요. 기억하지 못하도 괜찮아요. 그냥 내가 그 일을 할 거라는 것만 알고 자요. 내가 해볼게요. 다시 눈을 뜨게 해볼게요. 아무것도 안 듣고 자는 것보다 나을 거예요. 이제 자요. 최선을 다할게요." 그는 주사를 맞고 스르륵 늘어졌다. 입에서 거품이 뽀글거리며 올라왔다. 방금 말이 진짜 마지막이 된다면, 나는 그를 배신하는 셈이었다. 지긋지긋한 배신. 배신의 가능성. 그리고 미친 일들.

나는 거품을 치우고 그의 입을 벌려 금속 블레이드를 그의 앞니 아래 넣었다. 마지막 생의 의지였는지, 그는 순간 이를 힘껏 앙다물었다.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치아가 부서져 조각이 튀었다. 눈이 시큼했다. '젠장.'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마취제를 추가로 투여해달라고 소리쳤다. 눈가를 마구 비빈 뒤 그의 얼굴을 보았다. 치아가 톱니 모양으로 깨져 있었다. 나는 그가 살아나 깨진 치아가 불편하다고 구시렁대면 좋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항변하는 상상까지 진행하는 동안, 그는 마취제를 추가로 맞고 완전히 늘어졌다. 나는 재차 그의 목구멍을 힘껏 벌려 튜브를 밀어 넣었다. 여전히 피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이나 호흡만은 더 이상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죽어도 그는 이렇게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죽음과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

3.
그가 병원에 제 발로 걸어온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이미 너무 많은 관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너무 많은 피를 내놓고도 있었다. 허공에 매달린 타인의 피와 신선동결혈장과 수액과 지혈제가 그에게서 흘러내리는 피와 서로 다투고 있었다. 흉부외과에서는 피가 가득 찬 통을 보더니 바로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피와 피가 서로 사투를 벌이는 현장에서 처음으로 바깥으로 나왔다. 같이 왔던 그의 친구가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고, 극도로 불안해 보이는 초로의 여인이 곁에 서 있었다. 나는 그녀가 환자의 어머니임을 깨닫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하얗게 질린 표정이 되더니, 손쓸 틈도 없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져 버렸다. 옆에 있던 그의 친구가 그녀를 붙들었다. 왜지. 왜. 나를 바로 알아본 걸까. 나는 고개를 조금 기웃거리다가, 내가 그의 피를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옷과 살에 어지럽게 핏자국이 널려 있었다. 피는 다 같이 붉은색이지만, 그를 낳은 사람은 피를 보고도 그 피가 누구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 내가 도살장에서 나온 사내로 보였을 것이었다. 본능적이었다. 모든 것이 본능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친구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나는 바삐 말했다.
"친구분은 아시겠지만, 칼을 두 번 맞았습니다. 한 개는 왼쪽 폐, 하나는 오른쪽 폐를 뚫었습니다. 폐는 두 개니, 둘 다 구멍 나면 숨을 못 쉽니다. 게다가 피가 너무 많이 납니다. 응급처치는 해둔 상태지만, 수술해야 됩니다.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그 피는, 그 피는 뭔가요."
"아, 이건 흉부에서 나온 건 아닙니다. 칼을 맞아 손가락이 끊어졌는데, 거기서 나온 피입니다."
어머니가 다시 비틀거렸다.
"선생님. 칼에 두 번 맞았다고 죽습니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냐고요."
"네."
"... 사람이... 사람이... "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수술 설명은 다시 드리겠습니다."

나는 중환자 구역으로 돌아왔다. 혈압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갔고, 피도 그만큼 그의 혈관으로 쏟아졌다. 바닥이 점점 피바다가 되고 있었다. 나는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축 늘어진 그의 손가락을 꿰맸다. 그 틈바구니에서 인대와 신경을 찾아 정밀히 봉합할 수 없었다. 그의 세 번째 손가락이 크게 중요한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살아난 다음 다시 수술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봉합이 끝나자 그의 손가락은 간신히 모양을 갖추고 붙어 있었다. 그 손가락을 두텁게 붕대로 싸놓고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이 찡그려져 그저 숨을 몰아쉬는데 전력을 다 하고 있었다. 수술은 준비되고 있었고, 아침해는 드디어 떴고, 더 이상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생각했다. 불행한 사람이 피를 뒤집어쓰고 불행에 맞서 싸워도, 매일 잉태되는 불행은 또다시 그의 목을 조르고, 그는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길을 걷다가 칼에 맞는 것. 배신. 미친 짓. 나는 눈앞이 이글거렸다. 바깥에선 수술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갈비뼈 안쪽으로 들어가서 피를 빨아내고 안쪽 터진 혈관과 상처를 찾을 겁니다. 찾아서 봉합만 되면 살아요. 하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사망 확률이 높습니다. 마취하다가도 죽을 수 있고, 수술대 위에서도 죽을 수 있고, 바깥에 나와서도 죽을 수 있고..." 초로의 여인은 다시 흐느꼈다. 수술방 최종 호출이 들어왔다. 피에 젖은 바퀴가 피줄기를 남기고 마구 굴러갔다. 환자와 보호자와 수술과 관련된 의료진은 전부 수술방으로 올라가버렸다.

누군가가 피바다가 된 중환 구역을 치웠다. 우리는 이제 다른 환자를 기다리는 상태로 남겨졌다.

4.
아침에 나는 한 명의 사망자도 보고하지 않았다. 그가 죽는다면, 내일자 사망자로 기록될 것이었다. 나는 그의 생사가 궁금했지만, 당장은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혼곤해지는 머릿속으로 입고 있던 옷가지를 벗어던졌다. 병원을 떠나야 했다. 응급실 문 앞을 나오자 아침 활기를 머금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아가는 회칼과 단호한 구멍이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바깥은 너무 평화로워, 그런 미친 짓은 일어나지도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전쟁의 상흔을 안고 집에 들어왔다. 집은 내가 나왔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가 아직 살아있냐고 묻고 싶었지만, 내가 그의 생사를 아는 것은 그의 생사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병원에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바깥의 미친 짓을 막아내느라 나는 기절할 것 같았다. 욕실에서 샤워기를 틀고 거울을 보았다. 어깨가 무겁게 쳐진 지치고 발가벗은 사내가 보였다. 아직 어깨에 희미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눈물이 났다.

그는 나를 마지막까지 안고 있었다. 의지할 것들, 그리고 마지막 말들, 우리가 죽기 전에 해야 할 것들, 불행을 떠안은 사람들. 배신. 그가 죽는다면 나는 또 모든 것을 후회할 것이다. 나는 이제 몸을 씻고 잠들면 일어날 것이지만, 그는 일어나지 못할 잠을 자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그를 재웠고, 그는 마지막으로 나를 보았다. 그는 나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까. 원망과 배신을 내 얼굴에서 찾아내고 있지 않을까. 이 죄를 무슨 수로 갚을 것인가. 이 원죄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인가. 샤워기에서 물이 피줄기처럼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나는 크게 울고 있었다. 물은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발끝까지 순식간에 흘러 내려갔다. 그의 혈액이 혼탁하게 물에 섞여 수챗구멍 위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빙그르 돌아, 어딘가로 줄기차게 떠나가버리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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