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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9-10 04:52
한복 입은 이집트 여성들
 글쓴이 : 박오망
조회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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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9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추석 소개 행사에서 현지인들이 한복을 입고 있다. 2019.9.9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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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혼자 귀가하던 중 난관에 봉착, 친절한 남자의 도움 받아 위기 넘겨시각장애인 가수 오하라가 최근 전남 광주에서 공연 후 남편과 포즈를 취했다.

시각장애인 재활학교에서 혼자 집에 못 가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겁이 많았다. 게다가 이제는 앞도 못 보게 됐으니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이 마치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나 언제까지 친구나 지인의 도움만 받으며 살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등하굣길에 집이 같은 방향인 친구들과 함께 다녔다. 그런데 그날은 여러 상황으로 나 혼자 집에 가야만 했다. 일단 스쿨버스가 전철역까지는 데려다주었고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용감무쌍할 정도로 힘차게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white cane)를 폈다. 재활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써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내 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지팡이는 여기저기 쿡쿡 걸렸고,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됐다.

‘아 힘드네. 시각장애인 생활이 그리 쉽지 않구나….’

그동안 숱하게 다닌 길임에도, 혼자서는 전철역 입구를 찾는 것도 더디고 어려웠다. 어렵사리 역 안으로는 어찌어찌해서 들어왔다. 하지만 또 난관에 봉착했다. 이제는 전철역 내 넓은 홀에서 개찰구를 찾는 일이었다. 개미걸음으로 조심조심 더듬기 시작했다. 심장은 계속 쿵쾅댔다. 흰 지팡이를 쥔 손은 땀으로 젖어 들고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순간 내가 투명인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결국 어정쩡하게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 내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저기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가뜩이나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나의 온 신경이 그 낯선 목소리에 너무 놀라 무슨 전기에 감전된 듯 곤두섰다. 아마 누군가 그 모습을 봤다면 내가 지팡이를 짚고 무슨 묘기라도 하려나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레 다시 물어봤다.

“저를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

그러자 그 남자도 조심스레 대답했다.

“네. 아까부터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요. 많이 불편하신 듯해서요. 도움이 필요하실 것 같아 도와 드리려고요.”

그 말을 듣고 내 머릿속은 순간 빠르게 회전했다.

‘이 사람은 남자다. 하지만 이곳엔 사람들이 많기에 내게 이상한 짓을 할 순 없겠지. 여차하면 큰 소리로 외치면 될 거야. 그래 일단 좀 도와달라고 하자.’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전철 타는 곳까지 안내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 낯선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됐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나는 시각장애인 재활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름과 나이를 말해주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동갑이며 그도 나처럼 이 전철역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뒤 전철이 도착했다. 나는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그와 만남을 뒤로 했다.

그러나 그때 그 만남이 전철의 슬라이딩 도어처럼 내 인생의 또 다른 문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것은 한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이었다. 당시엔 교회를 다니지 않고 믿음 생활을 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 가운데 이뤄진 것임을 믿고 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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